독일인들은 왜 우산을 잘 쓰지 않을까? – 문화가 결정하는 선택
한국인 친구와 비 오는 날 튀빙겐 거리에서 만났을 때, 친구는 놀라운 듯이 물었습니다.
„왜 우산 안 써?“
저는 그저 후드 달린 재킷을 입고 있었고, 얼굴이 조금 젖어 있었지만, 별일 아니라는 듯 웃으며 말했습니다.
„우린 설탕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니까!“
이 짧은 대화는, 독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을 보여줍니다. 비 오는 날, 많은 독일인들은 우산을 쓰지 않고 거리 위를 당당히 걸어갑니다. 처음엔 단순한 개인 습관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점점 그것이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독일 사회의 사고방식과 일상 문화와도 연결된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하지만 왜 독일 사람들은 이렇게 우산 없이 비를 맞는 것에 익숙할까요? 그 순간, 저는 이것이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실용적인 삶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비는 그냥 비일 뿐이다 – 실용주의로 바라본 독일식 일상
독일의 거리를 보면, 비 오는 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우산 없이 다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대신, 기능성 재킷이나 방수 후드를 입고 바쁘게 걷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독일의 대표적인 표현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 “Wir sind ja nicht aus Zucker“
(우린 설탕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 비에 젖는다고 해도 녹지는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 „Es gibt kein schlechtes Wetter, nur falsche Kleidung“
(나쁜 날씨란 없고, 나쁜 복장만 있을 뿐이다.)
이처럼 독일인들은 날씨를 불편하거나 피하려 하기보다는, 옷차림으로 대비하며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입니다.
또한 우산 자체가 실용적이지 않다고 여겨지기도 합니다. 비는 대체로 잠깐 내리고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굳이 하루 종일 우산을 들고 다니는 것이 번거롭게 느껴집니다. 자전거를 자주 타는 독일인들에게 우산은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고, 대중교통이나 차량을 이용하는 경우엔 집에서 정류장까지의 짧은 거리만 젖으면 되니 감수할 만한 불편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게다가 독일은 대기의 질이 비교적 깨끗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빗물에 젖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크지 않습니다. 옷이 조금 젖거나 머리가 눅눅해지는 것은 무례하거나 부주의한 것이 아니라, ‘괜찮은 일’로 여겨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 것입니다. 비가 지나치게 엄청 많이 올 때에는 독일 사람도 주로 우산을 쓰지만, 그렇지 않고 그냥 비를 맞는 사람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온몸이 흠뻑 젖었을 때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농담처럼 말하곤 합니다: „Na super, duschen brauch ich heute nicht mehr. “ („와, 오늘은 샤워 안 해도 되겠네. “) 이처럼 재치 있으면서도 실용적인 태도는 독일 특유의 건조한 유머와 일상 속 실용주의를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한국과의 문화적 차이
반면 한국에서는 우산이 거의 필수품처럼 여겨집니다. 비가 조금이라도 오면 누구나 우산을 챙기고, 건물 입구에는 우산 비닐이나 보관함이 마련되어 있지요. 비에 젖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여겨지거나, 건강에 해롭다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옷이나 머리가 젖은 채로 회의에 참석하는 일은 드문 일이며, 개인의 준비 부족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히 기후나 강수량의 차이 때문만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사회에서 ‘편안함’과 ‘단정함’을 중요하게 바라보는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독일에서의 일상은 때로는 약간의 불편함을 수용하면서도 실용성과 자유를 우선시하고, 한국에서는 주변을 배려하며 깔끔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과연 우리는 날씨에 어떻게 반응하고, 무엇을 통해 일상의 질서를 유지하려고 하는 걸까요?
이처럼 작고 사소한 선택들이 결국 문화를 반영하고, 우리의 일상 속 깊은 가치관을 보여주는 거울일 수 있습니다. 그날의 짧은 비와 친구의 질문은, 내게 ‚문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오랜 생각을 남겼습니다.

2025.05.20.
Eva Lia Schneider
Tübingen University
독일인들은 왜 우산을 잘 쓰지 않을까? – 문화가 결정하는 선택
한국인 친구와 비 오는 날 튀빙겐 거리에서 만났을 때, 친구는 놀라운 듯이 물었습니다.
„왜 우산 안 써?“
저는 그저 후드 달린 재킷을 입고 있었고, 얼굴이 조금 젖어 있었지만, 별일 아니라는 듯 웃으며 말했습니다.
„우린 설탕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니까!“
이 짧은 대화는, 독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을 보여줍니다. 비 오는 날, 많은 독일인들은 우산을 쓰지 않고 거리 위를 당당히 걸어갑니다. 처음엔 단순한 개인 습관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점점 그것이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독일 사회의 사고방식과 일상 문화와도 연결된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하지만 왜 독일 사람들은 이렇게 우산 없이 비를 맞는 것에 익숙할까요? 그 순간, 저는 이것이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실용적인 삶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비는 그냥 비일 뿐이다 – 실용주의로 바라본 독일식 일상
독일의 거리를 보면, 비 오는 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우산 없이 다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대신, 기능성 재킷이나 방수 후드를 입고 바쁘게 걷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독일의 대표적인 표현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우린 설탕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 비에 젖는다고 해도 녹지는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나쁜 날씨란 없고, 나쁜 복장만 있을 뿐이다.)
이처럼 독일인들은 날씨를 불편하거나 피하려 하기보다는, 옷차림으로 대비하며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입니다.
또한 우산 자체가 실용적이지 않다고 여겨지기도 합니다. 비는 대체로 잠깐 내리고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굳이 하루 종일 우산을 들고 다니는 것이 번거롭게 느껴집니다. 자전거를 자주 타는 독일인들에게 우산은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고, 대중교통이나 차량을 이용하는 경우엔 집에서 정류장까지의 짧은 거리만 젖으면 되니 감수할 만한 불편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게다가 독일은 대기의 질이 비교적 깨끗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빗물에 젖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크지 않습니다. 옷이 조금 젖거나 머리가 눅눅해지는 것은 무례하거나 부주의한 것이 아니라, ‘괜찮은 일’로 여겨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 것입니다. 비가 지나치게 엄청 많이 올 때에는 독일 사람도 주로 우산을 쓰지만, 그렇지 않고 그냥 비를 맞는 사람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온몸이 흠뻑 젖었을 때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농담처럼 말하곤 합니다: „Na super, duschen brauch ich heute nicht mehr. “ („와, 오늘은 샤워 안 해도 되겠네. “) 이처럼 재치 있으면서도 실용적인 태도는 독일 특유의 건조한 유머와 일상 속 실용주의를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한국과의 문화적 차이
반면 한국에서는 우산이 거의 필수품처럼 여겨집니다. 비가 조금이라도 오면 누구나 우산을 챙기고, 건물 입구에는 우산 비닐이나 보관함이 마련되어 있지요. 비에 젖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여겨지거나, 건강에 해롭다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옷이나 머리가 젖은 채로 회의에 참석하는 일은 드문 일이며, 개인의 준비 부족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히 기후나 강수량의 차이 때문만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사회에서 ‘편안함’과 ‘단정함’을 중요하게 바라보는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독일에서의 일상은 때로는 약간의 불편함을 수용하면서도 실용성과 자유를 우선시하고, 한국에서는 주변을 배려하며 깔끔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과연 우리는 날씨에 어떻게 반응하고, 무엇을 통해 일상의 질서를 유지하려고 하는 걸까요?
이처럼 작고 사소한 선택들이 결국 문화를 반영하고, 우리의 일상 속 깊은 가치관을 보여주는 거울일 수 있습니다. 그날의 짧은 비와 친구의 질문은, 내게 ‚문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오랜 생각을 남겼습니다.
2025.05.20.
Eva Lia Schneider
Tübingen University